아버지가 데려간 기억에 없는 어느 극장... 시끌시끌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극장의 불이 꺼지면 일순 조용해지고 긴장감마저 든다. 화면이 밝아지면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새들이 날아간다.
이것이 극장에 간 처음 기억이다. 이 장면은 똘이장군의 시작 장면이다. 4살 때 쯤이었을까...
그리고 몇년 후 아버지는 인천의 모 극장 앞에서 장사를 하셨는데 내가 옆에서 가끔 무료하게 있으면 지나가는 극장 관계자와 인사하고, 나를 극장 안에 데리고 가게 하셨다. 무엇을 봤는지 기억 나지는 않지만 007 시리즈나 무슨 이집트의 왕이 나오는 영화 같은 것들이 얼핏 남아있다.
다시 몇 년 후 초등학교 5학년 여름, 친구들과 수영장에 놀러가려고 했으나 위험하다며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아 수영장 대신 극장에 가게 되었다. 돈이 많지 않았음으로 우리는 허름한 동시상영 극장을 선택했다. 일명 3류극장이다.
이곳은 보통 액션 영화와 에로 영화를 함께 보여줬는데 처음 본 영화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때 본 에로 영화는 확실히 기억한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 라는 김형곤이 조연으로 나왔던 영화였다. 이것이 나의 헐리우드 키드의 시작이다.
그날 이후로 일요일이면 늘 3류 극장에 갔고 성룡 영화나 헐리우드 영화를 보았다. 한 해에 100여편의 영화를 보면서 수첩에 리스트를 만들기도 하고 토요일이면 동아일보에 실리는 영화 기사를 스크랩하기도 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영화에 점수를 주기도 하고, 글도 쓰게 됐다. 이제는 영화평을 쓰지 않지만 점수를 주는 건 지금도 하는 소일거리 중 하나다.
요즘은 여기저기에 영화 정보가 넘치지만 그때는 영화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늘 목말라 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기사를 스크랩하는 정도가 아니라 영화를 모을 수 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 만큼의 열정은 사라지고 영화에 대한 낭만은 시간을 때우는 요식거리로 변한 듯 하다.
그렇더라도 영화는 여전히 나에게 없어서는 안될 무언가임에는 틀림없다.
갖고 있는 영화를 중심으로 평점 A 를 주었던 영화나 드라마를 뽑아보았다. (각 사진 출처 및 링크는 네이버 영화DB)
